할머니 소천(2012.5.23 추정)

  아침에 밥 먹고 있는데, 갑자기 불려갔다. 나는 내가 뭘 잘못했나 하는 생각과, 또 혹시 내가 뭐 잘해서 칭찬받으러가나, 아니면 어디 뽑혀가나? 여러가지 생각들이 들었다. 행정실에서 마주한 건 야채샐러드도시락을 먹고 있는 소대장님. 나는 뭔가 모를 기대감과 불안감에 휩싸였다. 소대장님께서 한 마디를 건내셨다. '가족분들 중에 건강 안 좋은 분 계시지?(추정)'

  문득, 암투병중이신 할머니가 생각이 났고,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가슴이 벅차올랐다. '네', '소대장이 새벽에 아버지로부터 할머니가 위독하시다라고 전화가 왔었다. 이후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다시 전화왔었다' 난 담대해져야된다는 마음가짐과 함께 이야기를 마치고, 명찰 등 오버로크를 위해 신형전투복을 행정보급관님에게(그땐 행보관이란 용어를 몰랐다) 드리고, 내무반에 혼자 남았다.(요즘 신형전투복엔 다 디지털로 인쇄된 명찰이 다 보급되는데, 행보관님께서 손써주셔서 내 신형전투복 중 한벌은 명찰계의 나이키급인(조교 중 한명의 말을 빌리자면) 명찰이 오버로크 되어있다. 비록 특전사에선 안입어서 전역할 때만 입었지만^^)

  난 원래 슬픈일 있어도 잘 안우는데, 아플때만 우는데, 심지어 초등학교때 수련회가서 촛불켜놓고 부모님죄송합니다 이런거 할 때 다들 울면서 질질짜는걸 보고 비웃고 혼나고 그랬었는데,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. 동기들이 들어와서 무슨일 있냐고 물어보고, 다독여주었고, 훈련나가기 전에도 다들 위로해주고 잘 다녀오라고 해주었다. 혼자 남겨진 나는 또 한번 펑펑 울고, 행보관님 차를 타고 논산역으로 가서 기차타고 내려가는 도중에 또 한번 울었다. 그리곤 이후로 눈물이 흐르진 않았다. 

  장례식장에 도착해서 할아버지, 아빠, 엄마, 친지분들 인사드리고, 밥도 나르고, 상도 치우고, 할머니께 절도 드리고(지금까진 기독교라는 신념하에 제사도 안드리고 절도 안하고 그랬었는데, 내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그러지 않을수가 없더라) 그리고 다음날 다시 복귀하였다.

  사실 이날 수류탄 던지기와 제식훈련이 예정되어 있었다. 난 덕분에 귀찮은 제식도 빠지고, 수류탄도 안하고(비록 주말에 가라로 해야하긴 했지만ㅠㅠ) 횡재하기도 했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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